경영 일선서 물러나는 바이오 창업 1세대

입력 2021-07-14 17:29   수정 2021-07-15 02:16


‘국내 바이오 1세대’로 맏형 역할을 해온 성영철 제넥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대표이사직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기고 본업이던 연구개발(R&D) 현장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다. 아직 해외에서도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한 DNA 방식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다.
제넥신 “9월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제넥신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성 회장이 오는 9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성 회장은 제넥신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 모두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남아 코로나19 DNA 백신과 유전자 백신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넥신은 9월 전문경영인을 새로 선임해 경영 구조를 개편할 계획이다. 2015년 대표직에서 물러났다가 2019년 11월 대표직에 복귀한 뒤 2년 만에 내린 결정이다.

성 회장은 포스텍 교수 출신으로 국내 바이오벤처 창업 붐을 이끈 선구자로 꼽힌다. 1999년 ‘유전자(gene)’와 ‘백신(vaccine)’에서 이름을 따 제넥신을 세우고 200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시가총액 2조원 회사로 키워냈다. 하지만 창업 22년에 접어들었지만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신약을 내놓지 못한 것을 ‘아킬레스 건’으로 여겨왔다.

성 회장의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백신으로 제대로 된 성과물을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주변의 해석이다. 제넥신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GX-19N’은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임상 2·3상 승인을 받았다.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임상 3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성 회장은 2015년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에도 CTO를 맡았다. 평소에도 R&D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게 회사 안팎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 진행 중인 임상 3상 2개를 포함해 모두 24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자산총액 5000억원, 투자 자산 9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전문경영인 체제 수립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바이오도 전문경영인 시대
업계에선 “바이오기업도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쪽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바이오기업은 연구·기술 역량을 가진 창업자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 이 때문에 그간 창업자의 경영 일선 은퇴 결정은 투자 가치를 깎아내리는 불안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혁신 신약에 올인하는 방식에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등으로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대거 발굴하고 투자 수익을 내는 쪽으로 사업모델이 바뀌면서 전문경영인 선임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이야기다.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에 성공한 에스씨엠생명과학이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것도 인식 전환의 속도를 앞당겼다.

바이오 붐을 이끌던 1세대 창업자들은 “경영에서 물러나라”는 주주들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2019년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 임상 3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 뒤 고위험 투자 펀드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주주에게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인 강스템바이오텍은 창업자인 강경선 회장이 2017년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 가치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면 일부 파이프라인의 신약 개발 추진으로는 더 이상 투자자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없다”며 “상장 10년차가 지난 기업들은 경영 효율성과 연구 역량 제고를 같이 추진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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